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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있는 발주자의 책임 – 천지선 변호사

언론보도

권한 있는 발주자의 책임 – 천지선 변호사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134

 

 

 

 

 

 

 

법률사무소 마중 천지선 변호사

 

벌써 2월이다. 2021년이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제대로 된 집회도 하지 못하던 그때, 산재 피해 유족들의 단식은 눈물겹고 뜨거웠다. 그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권한 있는 사람이 책임지게 하라, 이익 얻는 사람이 책임지게 하라는 요구는 너무 당연해서 더 슬프고 아팠다. 걱정과 아쉬움이야 감출 수 없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이 상향되고,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무엇보다 업무상재해가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법원과 검찰도 이와 같은 사회 변화에 일조하길 기대하며 지난해 말에 나온 판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0년 12월29일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있은 지 8개월 만에 책임자에 대한 1심 형사 판결이 있었다. 이 판결의 가장 눈여겨볼 점은 발주자 회사의 상무보, 즉 권한 있는 발주자의 총괄책임자를 처벌했다는 점이다. 피고인은 ‘남이천 물류센터 TFT’의 팀장으로서, 2019월 4월23일께 착공 후 매주 1회(통상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주간공정회의에 참석하는 등 발주자의 의사결정 사항을 감리사와 시공사 등에게 전달했다. 그 이행을 관리·감독하며, 설계변경 등을 승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결로를 방지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기계실 통로(대피로)를 폐쇄하도록 결정했다. 다른 대피로(비상구)를 마련하거나 이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을 실시하지도 않았다. 그 결과 화재발생 당시 노동자들은 해당 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대피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이들은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재판 과정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양형 이유에 설시됐다. 법원은 “발주자인 OOOOOO는 공사 과정에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해 이를 공사에 반영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는 점, 이러한 권한에 의해 지하 2층 3번 창고구역에서 기계실로 통하던 통로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자신이 결정을 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는 점, 위 통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비상구,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및 안전관리계획서상 대피로의 기능을 하고 있었던 점, 위 통로를 통해 대피하고자 했던 망 OOO 등은 대피를 하지 못해 사망한 점, 위 통로를 폐쇄해도 문제가 없는지에 관해 OOOO이나 시공사에만 물어봤을 뿐 관계 행정기관에 문의한 바는 없다는 점, OOOO의 피고인 OOO은 위 통로의 폐쇄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건축법 등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쇄 결정을 내렸다는 점, 위 통로가 건축법상의 대피로 기능이 있음은 피고인 OOO으로부터 설명을 들었음에도, 대피로에 관해 들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책임 회피적 진술을 하는 점, OOOOOO는 물류회사이기 때문에 물류창고 공사 과정에 대한 기본지식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2019년 께 수회에 걸쳐 시공사 및 감리업체에 2020년 6월30일까지 공사기간을 단축할 것을 요구했는데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이를 부인한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법원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는 형법 18조를 들며 발주자의 책임을 인정했다. 권한 있는 사람,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위험 발생 방지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고 인정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천지선 labortoday